상대방의 내면을 알아보기
연애 프로그램 중 'Blind Love'를 본 적 있는가? 남녀 열댓 명이 각각 포드라는 방에서 벽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하는 블라인드 소개팅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으로 외모보다는 내면의 매력을 먼저 보고 끌리는 사람들끼리 커플이 된 후에야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싱글 남녀들이 자기의 우선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와 상대방에 대한 생각들을 질문과 대화를 하고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골라내려고 노력한다. 진행하다 보면 나와 맡는 사람이 딱 한 사람만 있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겠지만, 보통은 두 명 정도로 추려진다. 한 사람은 이런 부분이 좋고, 다른 한 사람은 저런 부분이 좋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에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외면적인 부분은 보지 못했으니 논외로 하고 상대방의 삶의 가치관, 스타일 외에 한 가지를 더 보는데 나에 대한 감정의 확신이다.
얼굴 표정이나 행동은 보지 못하고 오직 목소리와 문장으로만 진실성을 판단해야 해서 결국 감까지 동원해 보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됨됨이를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성품, 가치관, 기호 등을 알았다고 해도 사랑을 시작하려면 상호 교감과 그 교감에 대한 확신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나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하고 확신이 생겨야 비로소 사랑시작된다. 하지만 어찌 상대방의 마음을 100% 확신할 수 있겠는가. 결국 어느 정도 뒷받침할 증거를 가지고 하는 개개인마다의 판단해 보고 나아가서 상상의 도움을 받는다.
상대방이 진실한 마음이란 전제하에 그 마음의 크기가 내가 기대한 정도의 마음의 크기까지 다다랐을 때 보통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행동을 시작한다.

짝사랑의 마음
짝사랑은 이런 나의 기대가 내가 상상한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보다 높은 곳에 있을 때를 말한다. 그래서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를 마음대로 부풀리기도 했다가 다른 행동을 취하면 그 기대가 파사삭 무너지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땅속으로 꺼지기도 한다.
짝사랑의 마음은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것은 매우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개인의 생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 혹은 짝사랑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즐길 만큼 즐기다가도 이제는 그만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STOP을 외치고 제동을 걸어볼 수도 있겠다.
인지적 편향 이용하라
사랑의 마음은 최소는 10개월 혹은 3년까지의 호르몬에 의한 작용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제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했다 하더라도 생각이 머릿속에 침습하는 현상이 계속된다. [욕망의 진화]에서는 인간은 진화적으로 자손을 남기기 위해 짝짓기에 대한 태도까지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진화적 관점에 따르면, 상대방의 마음이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과 상대방의 마음이 있는 것도 과소평가하게 느끼는 두 가지의 인지적 편향이 있다. [욕망의 진화]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따라 다르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적어도 짝사랑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후자인 상대방의 마음이 있는 것도 과소평가하게 하는 ‘헌신 회의 편향(commitment skepticism bias)'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안정된 사랑과 자손을 생성하기 위해 헌신하지 않는 상대방을 손절하려는 진화적 성향이다.

내 머릿속에서 상대방이 말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 방어적인 해석을 해보는 것이다. 내 생각을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없다면 그 방향을 틀어서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로 상대의 마음을 평가하여 탈바꿈하는 것이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이미 생성된 상상은 내가 덧씌워 놓은 다른 상상으로만 대체가능하다. 호르몬의 노예인 인간은 호르몬을 역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끌리는 이성이 나의 성향과 맞지 않음에도 호르몬 때문에 여전히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써보는 방법 또한 진화생물학적으로 내가 가진 능력이란 것을 믿고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