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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끈기와 집념을 가진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밀러]

by solsoljihye 2025. 1. 30.

환경은 내 발목을 잡을 수 없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과 표지만 보고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물고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회도 별로고,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도 싫어하고.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을 때 주인공 데이비드는 어류 연구학자로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기자는 <블루밍턴 텔레폰>지에서  “한 시간 동안 타오른 불길이 그가 평생 해온 일을 거의 다 수포로 돌려놓았다”라고 썼다.
하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런 재해를 겪고도 멈추기를 거부했다. 자신이 잃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 재를 털고 곧바로 다시 물이 있는 곳들을 찾아갔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가 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하려는 일, 그러니까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질서를 만들려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이 시련 전체에서 얻은 교훈은 딱 하나라고 주장했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이를테면 북미의 모든 담수어를 발견하겠다는 목표보다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었을까?
그는 “당장 출발 하라는 것”이라고 썼다. 아. 더 세게 밀어붙이라는 말이었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77p]-

조던이 하려는 연구를 위해 노력여 만든 물고기 샘플들이 화재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 샘플과 명칭표식이 다 이리저리 흩어졌을 때 그는 망연자실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실로 샘플에 태그를 꾀는 일을 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샘플이 마르지 않게 호스로 물을 뿌리는 그야말로 그 일에 열정적이다 못해 미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데이비드가 물고기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우주가 더 난폭하게 반격하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그가 혼돈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주가 빼앗아간 것은 그의 아내 수잔과 아기 소라뿐이 아니었다.(중략) 그렇다면 이들의 죽음이 데이비드로 하여금 겁을 집어먹고 단 1초라도 질서에 대한 추구에서 물러서게 했을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혼돈이 공격해 올 때면 더욱더 강한 힘으로 반격하는 그 특유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고기를 잡는 더 공격적인 기법을 발명하기 시작했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00p]-

  그는 나아가는 길에 장애물이나 불운에 대해서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이 매력적인 사람이 그저 멋져 보였다. 이 책의 스토리가 여기까지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반전은 그다음이었다.

  데이비드가 어류라는 분류범주가 생물학의 진화지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세부적 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반증하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당해고 등 도덕적 선을 넘어가는 폭력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길 잃은 사람의 우울증


-처음 다윈을 읽을 때부터 마지막으로 우생학을 밀어붙일 때까지 어느 시점에서든 그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을 다시 현기증을 불러들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방금 자신의 형을 앗아간 세상 앞에서 상실감에 가득 차 떨고 있던 어린 소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중략) 그것은 ㅈ독히도 방향 감각을 앗아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6p]-

자신의 인생의 열정적 항해 불굴의 의지는 그것이 향하는  목표이자 깃대가 쓰러질 때 동력을 잃는다. 그래서 열심히 달린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더 심해지고, 번아웃이 심하게 오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쩌면 목표를 위해 달려는 가지만 어쩌면 이렇게 굴복하지 않는 나의 모습 자체에 내가 취해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데이비든가 어류 수집에 실패한 사건이나, ‘어류’가 진화적 범주 안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 곧 그 가설이 실패한 것이나 스케일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데이비드 자신의 우월하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오만함이 축적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48p]

  결국 ‘어류’라는 범주는 우리가 ‘스트라이프’라는  범주안에 얼룩말, 줄무늬 고양이, 줄무늬 호랑이 등을 넣어 하나의 생물학적 진화 지도에 넣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천동설을 믿은 시대에 지동설이 등장했을 때 거의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못함과 같이 우리는 나의 신념과 이상이 무너지면 심한 우울증과 좌절을 겪게 된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이 아니다. 강한 철옹성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나의 열정과 끈기와 집념이 세워졌는지 검토해야 한다. 세상의 밝혀지지 않은 진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과 그 안에 티끌 같은 나의 존재에 대한 겸손이 필요할 때다.